개인정보보호, 소프트웨어 정책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개인정보와 관련하여 문제가 되었던 것은 주로 대량으로 수집된 개인정보의 유출이었다. 어떤 경우는 피해자가 수천만 명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누구에 대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유출됨으로 인하여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더 문제였다. 근래에는 개인정보보호의 강화에 따라 개인정보 수집이 적법한 동의를 받은 것인지, 수집한 정보를 잘 관리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와 더불어 주요하게 언급되는 문제는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이다. 정보주체는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것을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이라고 한다. 개인정보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것이다.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에 관한 판례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49933 판결)
2014년 대법원 판결은 당시 국회의원 A 등이 ‘각급학교 교원의 교원단체 및 노동조합 가입현황 실명자료’를 인터넷을 통하여 공개한 사안에 대한 판결이다. 대법원은 위 사건에서 개인정보란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않고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한다고 판단했다. 이미 공개된 정보라고 할지라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범위에 속한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는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어떤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허용되려면, 여러 가지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그 개인이 공적인 존재인지 여부, 개인정보의 공공성과 공익성, 개인정보 수집의 목적∙절차∙이용형태의 상당성, 개인정보 이용의 필요성, 개인정보 이용으로 침해되는 이익의 성질과 내용 등이 그것이다. 이런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개인정보에 관한 인격권 보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비공개 이익)과 표현행위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공개 이익) 중 어느 쪽 이익이 더 우월한지에 따라 공개가 허용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였다.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당시 국회의원 A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정보를 받은 목적을 위반하여 공개한 것이라는 점, 공개한 행위에 따른 법적 이익이 이를 공개하지 않아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이익에 비해 우월하다고 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공개행위는 해당 교원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 결정(2012. 8. 23.자 2010헌마47 결정)
2012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인터넷게시판 이용자가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던 ‘본인확인제’, 즉 이른바 ‘인터넷실명제’에 대한 위헌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실명제’가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 등 관련 법의 목적은,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당해 정보의 삭제∙임시조치, 손해배상, 형사처벌 등 다른 수단에 의해서도 달성할 수 있으므로 ‘인터넷실명제’는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불이익이 ‘인터넷실명제’가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커서 침해되는 법익과 보호되는 법익 사이의 균형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관련 법률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글 작성자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보관 의무를 부담시키고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따라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해서 게시판 이용자가 입는 불이익과, 수사기관 등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이용자의 개인정보 제출을 요청할 경우에 관련 정보가 그 보관 목적을 벗어나 사용될 수 있는 우려 등을 고려하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제한 역시 중대하다고 하였다.
위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주요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1)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 (2) 익명 표현의 자유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점, (3)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는 공적 활동에서 형성되었거나 공개된 개인정보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공개된 개인정보 사용에도 신중을 기해야 된다는 점, (4)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제한도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법익의 균형성이라는 과잉금지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개인정보와 관련한 사회분위기는 물론이고 법령과 관행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위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서 개인정보와 관련한 한 두 가지 흐름을 유추해 본다면,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필요 이상으로 수집하는 것은 위법하며, 설령 법으로 수집할 의무가 부과된 경우라고 할지라도 해당 법이 위헌으로 판단 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리고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 외로 사용하는 것은 개인정보 침해의 주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다는 흐름도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