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 소프트웨어 정책
미래를 보려면 스몰데이터 찾아라
큰 문을 여는 작은 열쇠
큰데이터는 싱겁다 작은 데이터가 맵다
스몰데이터가 알려주는 고객의 속마음
한때 `잘 나가던 장난감 회사`로 이름을 날렸던 덴마크의 레고(LEGO)는 2000년대 초 파산 위기에 놓였다. 이런 우울한 상황에서 레고가 수차례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한 결과 도출된 결론은 한결 같았다. 바로 미래세대는 레고에 흥미를 잃는다는 것. `디지털 네이티브(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이전 세대와 비교했을 때 시간과 인내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이상 레고 같은 블록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레고의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리는 암담한 결론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레고의 마케터들이 독일에 있는 한 11세 소년 집을 방문했다. 그 소년은 `레고 마니아`이면서 열정적인 스케이트보더였다. 마케터들이 소년에게 `갖고 있는 물건 중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한 운동화를 꺼내 들었다. 운동화는 낡고 헐었지만, 이 운동화는 소년이 동네에서 가장 스케이트보드를 잘 타는 사람이라는 `증표`였다.
이때 레고 마케터들은 어린이들의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본인이 선택한 `기술`을 발전시켜 이를 이뤘다는 증거가 되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아이들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레고는 그 자체로 아이들의 사회생활에서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는 빅데이터를 통해서는 알 수 없었던 정보였다. 이후 레고는 업의 기본으로 돌아가 `블록`에 다시 집중했다. 블록의 크기는 더 작아졌고, 조립 설명서는 더 상세해졌다. 고객들이 시간을 더 들여 `작품`을 만들어내 주변으로부터 자신의 `업적`을 인정받을 수 있게 말이다. 잘못된 분석으로 헛발질을 하던 레고는 이를 통해 극적인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이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장난감 회사가 됐다.
많은 기업이 빅데이터에 투자하고 있다. 그렇지만 빅데이터는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분명 놓치는 부분들도 있다. 브랜드 전문가이자 `스몰데이터(Small Data -The Tiny Clues That Uncover Huge Trends)`의 저자인 마틴 린드스트롬은 최근 매일경제 더 비즈 타임스팀과 인터뷰하며 “고객들의 작은 행동까지 파악해 생성되는 `스몰데이터`” 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빅데이터는 소비자 행동의 `전체 그림`을 보여주지는 않는다”며 “스몰데이터를 통해 사람들 본 모습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인터뷰 내용이다.
―스몰데이터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고객들의 작은 행동 하나까지 파악해 생성되는 데이터다. 스몰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겉보기에는 무의미해 보인다. 그렇지만 이를 통해 고객들이 필요로 하지만 아직 충족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스몰데이터를 통해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브랜드가 놀라운 변화를 할 수 있다. 머리카락, 손가락 지문 등을 남김으로써 각 사람이 본인의 DNA를 남기듯이, 나는 우리가 `감성 DNA(emotional DNA)`를 남긴다고 생각한다. 신발을 정리하고, 집안을 꾸미고, 빈 냉장고를 채우는 것은 평범한 일들 같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어떠한 사람인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 집에 크기가 매우 큰 그림(초상화)이 벽에 걸려 있다면 해당 인물은 자부심이 굉장히 높은 사람일 것이다. 다른 예로 책이 빼곡히 놓여 있는 큰 책장이 있는 방이 있다면 이 방 주인은 어렸을 때 본인이 원하는 만큼 교육을 받지 못해서 어른이 된 지금 배움에 대한 열망을 메우려고 할 수도 있다(사소한 고객 행동이라고 생각한 것이 실제로는 고객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스몰데이터가 사용된 예를 들어달라.
▷파산까지 신청했다가 부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코닥은 최근 새로운 무비카메라를 내놨다. 미국 언론은 이 신제품을 `코닥 역사 최대의 혁명`이라 칭송한다. 이는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클라크가 출근하는 길에 청소년들이 롤러브레이딩을 하면서 `구식 카메라`로 본인들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을 보고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코닥은 더 깊이 이에 대해 파고들고 스몰데이터를 수집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았다.
―현재 기업들은 빅데이터 수집과 관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기업들이 스몰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닫게 할 만한 조언을 한다면.
▷빅데이터로 인해 사람들이 너무 게을러졌다는 문제가 있다. 기술을 통해 데이터가 수집되기 때문에 사실 빅데이터를 얻기 위해 대단히 많은 노력이 들어가진 않는다. 또한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가 생성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빅데이터 뒤에 숨어서` 자신의 `손을 털며` 해야 할 일을 안 할 수도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현재 얼마나 많은 임원(senior executives)들이 소비자의 집을 방문하며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파악하는가? 거의 없다. 현장에 직접 찾아가 보는 대신에 임원들은 사무실 컴퓨터에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컴퓨터에 있는 데이터가 `전체 그림`을 보여준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다르다. 컴퓨터로 `원격 조정`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순 없다. 더욱더 중요한 점은 과거의 통계로 기업의 미래를 설계하고 정의할 수는 없다. 빅데이터는 과거의 통계자료를 수집한 정보다. 반면 스몰데이터는 기업의 미래와 기회를 상징하는 `하얀 도화지`다. 어떻게 보면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는 댄스 파트너와 같다. 둘 중에 하나라도 없으면 기업이 `춤을 추긴` 힘들 것이다.
―스몰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기업에 고객과의 교류에 대한 어떤 새로운 의미를 안겨주는가.
▷임원들이 고용된 이유는 데이터 수집하고 분석하는 능력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임원들은 대개 뛰어난 직감(instinct)이 있어서 해당 기업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최신 트렌드를 읽고 파악하고, 산업의 변화에 빨리 반응하고, 소비자들의 관심에 맞게 경영전략을 펼치는 능력이 임원들에게 있다. 문제는 임원들의 주요 능력에서 직감의 중요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식과 수십 년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생기는 결과가 바로 직감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빅데이터가 생기고 나서는 임원들이 자신의 직감을 믿고 따르는 일이 사라졌다. 스몰데이터는 임원들이 사라진 직감을 `되살리도록` 이끄는 요인이다. 스몰데이터를 모으기 위해선 임원들과 마케터들은 직접 고객들과 대화해야 한다. 임원들이 `진짜 현실 속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결국 임원들이 직감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데에 기여한다. 덧붙여 소비자의 말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조직 전체에 전한다. 개인적으로 소비자들의 집을 찾아가야 할지라도 그들의 말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달한다.
―빅데이터를 통해선 발견하지 못하는데 스몰데이터에서 나타나는 정보가 있다면.
▷스몰데이터는 원인을 파악한다. 어떤 일에 대한 이유를 분석할 수 있다. 반면에 빅데이터는 연관성(correlation)을 찾는 도구다. 상관관계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가정해야 하는데, 가설을 세울 때 중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 다름 아닌 스몰데이터다. 다시 말하자면 빅데이터의 문제는 데이터의 양은 엄청 크지만, 명확한 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 분석가들은 수 십억 개의 데이터를 보고 가설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소비자의 집을 직접 방문해 집안을 둘러보며 스몰데이터를 모으는 방법만이 흥미로운 가설을 세울 수 있는 길이다. 이렇게 세워지는 가설은 나중에 빅데이터를 통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아무리 기업의 리더가 스몰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달아도 직원들이 스몰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떻게 사용할지를 확실히 알지 않는 이상 스몰데이터의 효과가 전부 나타나진 않을 것이다.
▷최근 뉴욕에서 3000명의 임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강연 중간에 임원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지난 1년 동안 적어도 하루 동안 고객의 집을 방문한 사람이 있냐고 말이다. 이 질문에 손을 든 사람은 고작 두 명뿐이었다. 이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소비자들을 이해하는 방법이 데이터에 의존하는 것이라는 통념이 있다. 그렇지만 (액션캠) 고프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스냅챗, 포스트잇 등 거의 모든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는 스몰데이터로부터 시작되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서비스와 제품이 아니다. 정보를 공유하고 투명성이 (강조되는) 현 세상에서 모든 사람들은 같은 데이터에 `접속`되고 같은 분석 기능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전문가들은 같은 결론을 내놓는다. 이와는 다른 새로운 결론을 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으려면 스몰데이터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경영 문화 방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자사 소비자들이 사는 동네를 방문해 그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필수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현재 기업문화에서는 하루 동안 시간을 내어서 소비자 집을 방문하는 사람을 게으르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고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경영보고서를 읽는 것만큼 중요하다.
―모든 사람들이 본인을 찾아오는 회사 직원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수천 명의 집을 찾아가 사람들과 이야기한 결과 깨달은 점이 있다. 바로 우리는 본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옛 사진 앨범을 넘기며 추억을 되살리고, 자신이 수집한 음악, 가구들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은 요즘 거의 하지 않는 일이다. 그렇지만 누군들 자신이 지난 몇 년 동안 수집해왔던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하겠는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람들은 내가 그들과 이야기하기 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본인에 대한 (새로운) 면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투자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확실하게 방문할 집을 구해놓기 위해서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대가를 지불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지불금액은 100달러 이하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얻어지는 스몰데이터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한다면, `투자금액`보다 훨씬 큰 가치의 결과물이 생성되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소비자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진실되고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며 스몰데이터의 위험성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런 의견에 대한 반응은.
▷경험이 많을수록 거짓말을 더 잘 구분하기 마련이다. 상대방이 머리를 긁적거리거나 다리를 번갈아 가면서 꼬면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누군가가 어떠한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는지에 대한 판단력은 책을 통해서 얻어지진 않는다. 직원들은 같은 사람들을 반복적으로 만나 똑같은 질문을 해 예전에 했던 답변과 현재의 답변의 차이를 알아낸다. 물론 이런 접근 방법은 완벽하지 않고 위험성이 따른다. 그렇지만 빅데이터를 통해서 스몰데이터를 사용해 얻은 소비자들의 행동에 연관성이 있는지 확증할 수 있다.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할까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스몰데이터는 어떻게 관리되어야 할까?
▷나는 시간이 지나면 스몰데이터가 더 발전(evolve)한다는 점을 배웠다. 예로 한 소비자의 집을 방문했다고 하자. 2년이 지난 후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그 집안의 무언가가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고,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 스몰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진을 찍는 것이다. 집을 한 번 방문할 때마다 수백 장의 사진을 찍으면, 본인이 관찰한 것들이 저장된다. 그리고 사진을 벽에 붙여보면 같은 집을 방문할 때마다의 집안 내부 모습을 비교할 수 있다. 경험이 쌓일수록 사진을 볼 때 당시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들이 보일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진을 찍는 것이 스몰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사진을 찍고, 사진 속에서 찾은 중요한 점들을 표시하고, 수집하는 스몰데이터의 용량이 커질수록 정기적으로 이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다시 봐야 한다.
―미래에는 스몰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될까. 로보틱스가 스몰데이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은가.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이 발전해 갈수록 인간 역시 발전해 나간다. 자동화 프로세스를 피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는 사람이 알아내는 일이다. 이렇게 인간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새로운 행동을 하게 되고, 적어도 로봇과 AI의 관점에서 봤을 때 사람들은 비이성적인 행동까지 한다. 여기서 스몰데이터가 들어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빅데이터는 사람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의 이유를 찾아내는 것에 실패한다. 그렇지만 스몰데이터는 아니다. 로봇이 아닌 사람의 눈으로 축적된 데이터이기 때문에 스몰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 Martin Lindstrom
세계적인 브랜드 전문가 명성…12살에 자신의 광고회사 세워
덴마크 태생인 브랜드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의 첫 사회생활은 12세 때 본인 광고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1988년 회사를 매각한 이후 광고회사 BBDO에 입사해 경력을 쌓았다. 2000년에 `린드스트롬 컴퍼니`를 창립하며 현재까지 브랜드 전문가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Brandwashed : tricks companies use to manipulate our minds and persuade us to buy)` `바이올로지(Buyology : The Truth and Lies About Why We Buy)` 등 다수 책의 저자이며 작년 `싱커스 50` 순위에서 중요 경영사상가 중 18위를 차지했다. 최근 발표된 저서 `스몰데이터(Small Data : The Tiny Clues That Uncover Huge Trends)`로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 <용어 설명>
▷ 스몰데이터 : 개인의 취향이나 필요, 건강 상태, 생활 양식 등 사소한 행동에서 나오는 정보들을 말한다. 개인에 대한 관찰을 통해 정확한 추리를 해내는 명탐정 셜록 홈스는 뛰어난 스몰데이터 분석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방대한 양의 디지털 데이터를 분석하는 빅데이터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출처 : http://mba.mk.co.kr/view.php?sc=51000001&cm=SK&year=2016&no=274322&relatedcode=